더 트립
아이버리 클라크 시점
정말 창피해!
복도 저편으로 목소리와 발소리가 흐릿하게 사라질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다리가 타들어 갔고, 심장은 쿵쾅거렸다. 하지만 숨이 턱까지 차오른 건 달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차가운 돌벽에 등을 기댄 채 내 안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잠재우려 애썼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눈을 꼭 감고 속으로 신음했다. 정말 창피해.
발길을 멈추고 목 뒤를 손으로 감싸 쥔 채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이건 네 모습이 아니야,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충동적인 사람도, 무모한 사람도, 누군가에게 기대는 사람도 아니었다. 어떤 남자의 발치에 스스로를 내던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도 낯선 사람의?
절대 그럴 리 없어.
다음 날
겨울의 차가운 빛이 얇은 커튼을 뚫고 스며들어, 낡은 소파 위에 희미한 줄기로 내려앉았다.
나는 소파에 웅크린 채, 진작 식어버린 차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차는 내게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았고, 온몸을 감싼 두꺼운 담요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그 사람들 생각해?" 벨라의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릿속에서는 그 장면이 끝없이 되감겨 흘렀다. 약혼 파티의 반짝이는 불빛들,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페어 옆에서 웃고 있는 존의 목소리.
그의 손 안에 놓인 그녀의 손, 텅 빈 나의 손. 그녀를 향해 빛나는 그의 눈빛. 마치 나의 눈빛 따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아이버리, 이제 그만 놓아줘야 해. 그 사람들은 그럴 가치가 없어. 둘 다. 특히 존은. 페어는 네가 상처받은 걸 알면서도 즐기는 애잖아, 너도 알잖아."
가장 친한 친구 벨라가 음식을 옆으로 밀어두고 내 손을 잡았다. "알아, 정말 나쁜 짓이야. 하지만 계속 이렇게 빠져 있으면 안 돼. 지금도 그 남자한테 시간이랑 행복을 빼앗기고 있는 거야. 그 사람한테 이미 충분히 많이 줬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목에 걸린 덩어리를 삼키고 시선을 돌렸다. "그 사람 때문이 아니야, 아이버리.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는지 때문이야. 나를 자신의 사람으로 여긴 적도 없는 남자를 위해서."
"아빠가 돌아가신 후, 오빠 로완은 너무 이른 나이에 너무 많은 걸 떠안아야 했어. 우리 먹여 살리려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했잖아. 그런데 나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존한테만 매달렸어.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며 내 모든 걸 쏟아부었어. 너무 많이 믿었던 거야, 벨라. 근데 이제 다 사라졌어. 모두를 실망시킨 거야."
"무슨 소리야, 아이버리. 아직 늦지 않았어. 이제 열아홉이잖아, 네 인생이 끝난 게 아니야." 벨라가 뒤로 기대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있잖아, 지금 네게 필요한 게 뭔지 알아? 휴식이야.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거."
"여행 상품권이 있거든. 나는 아버지 일 때문에 못 가지만, 네가 가서 좀 쉬어도 돼."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진짜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여행?"
"응, 진심이야. 꼭 필요해. 삶이란 게 그냥 버티는 것만은 아니잖아, 아이버리. 햇볕 좀 쬐다 보면 생각도 달라질 거야."
이 절망의 고치에서 벗어나는 상상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벨라의 말이 무언가를 건드렸다. 어쩌면 정말 필요한 건지도 몰랐다. 이 고통으로부터, 기억으로부터, 숨막히는 후회로부터 달아나는 것.
"알겠어," 나는 조용히 말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갈게."
벨라의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잘 생각했어.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약속해."
몇 주 만에 처음으로 희망의 조각이 내 가슴속으로 스며들었고, 배신의 여운과 맞서 싸웠다. 휴식이 모든 것을 지워주지는 못하겠지만, 다시 일어설 힘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자, 여기 티켓이야! 신나게 놀다 와, 아이버리. 네 영혼에게 시간을 좀 줘." 벨라가 밝게 말하며 나를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밀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비행기에 탑승할 준비를 했다. 벨라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예약해 줬다.
"이쪽으로 오세요, 손님..." 승무원이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나는 멍한 상태였다. 전염병처럼 나를 갉아먹는 슬픔을 여전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택시를 잡았다.
"손님, 어디로 가실 건가요? 목적지를 말씀 안 하셨는데요." 택시 기사가 내 생각의 흐름을 끊었다.
"리츠 리조트로 가 주세요."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고, 진정하려고 애썼다.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비를 지불한 후,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리조트는 울창한 정글 안에 위치해 있었고, 산의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했다.
반대편으로는 프라이빗 해변이 보였는데, 마치 고립된 낙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정말 천국이었다.
"리조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직원이 난초로 만든 화환을 내 목에 걸어주며 밝게 말했다.
리조트는 정말 아름다웠다. 발밑의 모래는 완벽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리츠 리조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배정된 객실을 확인해 드릴게요." 나이 지긋한 여성이 공손하게 미소 지었다.
"네...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녀를 따라 카운터로 갔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이버리 클라크요."
나이 지긋한 여성이 컴퓨터로 확인했다. "아, 네, 손님 성함으로 예약이 되어 있네요."
그녀는 카드를 꺼내 내게 밀어주었다. "왼쪽으로 가셔서 모퉁이를 도시면 바로 나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키 카드를 받았다. 왼쪽으로 가서 모퉁이를 돈다. 할 수 있어.
배정된 객실은 정말 아름다웠다. 욕조는 엄청나게 컸다. 발코니 밖으로는 산과 숲, 그리고 광활한 해변이 보였다.
내 머릿속은 여전히 화장실에서 만난 섹시한 남자로 가득했다. 그가 나를 잊어주길, 그리고 내가 그를 얼마나 잊고 싶어 하는지 알아주길 바랐다.
나는 낮잠을 잤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어두웠다.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던 연한 파란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늘은 어둠의 담요에 덮여 있었다.
이제 바다는 눈이 따라갈 수 없는 곳까지 뻗어 나가는 검은 공간 같았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해변을 따라 산책하기로 했다.
무의식중에 나는 해변의 먼 쪽까지 걸어가 있었다.
젠장,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요즘 너무 정신이 없었나 보다.
돌아서는 순간 검은 자루가 내 머리를 덮었고, 고통스럽게 머리를 조였다. 대체 뭐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즉시 패닉에 빠졌다. "아아아아!!!"
내 팔이 너무 빠르게 뒤로 당겨져 관절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청난 고통이 폭발했고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자루 안에서 뜨거운 숨결이 이미 나를 질식시키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손들이 내 다리를 붙잡았다. 나는 미친 듯이 발버둥치며 빠져나가려 했다. 갑자기 두개골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고 나는 기절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나 어둡고 흐릿했다.
